채용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방식이 달라졌다

LG 등 일부 대기업 집단은 정기 공채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계열사·직무별 수시채용을 확대했다. 반면 삼성, CJ처럼 2026년에도 정기 공채를 유지하는 기업도 있어 기업별 차이가 크다.

채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 '연 1~2회 대규모'에서 '수시 소규모'로의 전환이 일어났고, 이 변화는 채용팀의 운영 구조에 새로운 과제를 만들고 있다.

경총이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를 조사한 결과(2024),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중 60.6%는 수시채용만 실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기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한다는 응답은 32.2%, 정기 공채만 실시한다는 응답은 7.2%였다. LG 등 일부 대기업 집단이 정기 공채를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채용 인력 확충이 동반되지 않은 기업에서는, 수시채용 구조에서 같은 인원으로 더 복잡한 일정 관리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공채는 왜 탄생했고, 무엇을 가능하게 했나

공채(공개채용)가 한국에 자리 잡은 건 1970~80년대다. 고도성장기에 대기업들은 매년 수천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했고, '동기 집단'을 한꺼번에 선발해 같이 교육시키는 방식이 효율적이었다. 대졸 신입을 뽑아 수십 년에 걸쳐 키우는 '종신고용' 모델과 공채는 한 세트였다.

공채 구조가 채용팀에게 허락했던 것은 집중과 예측 가능성이었다.

채용 업무가 특정 시기에 집중됐기 때문에 연간 업무량과 인력 투입 시점을 비교적 예측하기 쉬웠다. 1차 스크리닝도 한 번에 몰아서 처리했다 — 이력서 수천 장을 일괄 검토하고, 통과자에게 코딩 테스트·인적성을 동시에 보내고, 면접을 배치식으로 운영했다.

[공채 vs 수시채용 구조 비교]

구분공채수시채용
채용 빈도연 1~2회포지션 발생 시 수시로
스크리닝 단위대규모 배치포지션별 소규모
채용팀 업무 주기특정 시기 업무 집중연중 분산 운영
인재 유형신입 중심 / 동기 집단경력·신입 혼합 / 포지션 맞춤
1차 스크리닝 방식서류 → 인적성 → 면접 순차포지션별 별도 프로세스

집중된 스크리닝은 집중된 투자로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채가 줄어든 배경: 직무 중심 채용과 경력직 선호

공채 축소의 배경으로는 직무 중심 채용과 경력직 선호 확대가 거론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315개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연간 신규입사자 중 평균 16.1%가 1년 이내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조기퇴사가 공채 축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채로 뽑아 수개월에 걸쳐 교육하고 키워도 일정 비율이 단기간에 이탈하는 상황이라면, 실무 경험이 있는 인력을 필요한 시점에 영입하는 수시채용 모델이 기업 입장에서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수시채용의 확산은 이 구조를 크게 흔들었다.


수시채용이 만든 상시 스크리닝 과제

LG는 2020년 하반기부터 그룹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계열사별 상시채용으로 전환했다. SK도 수시채용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채용 구조를 바꿨다.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같은 운영 과제를 마주했다.

이론적으로 수시채용은 이상적인 모델이다. 필요한 역량을 필요한 시점에 뽑는다. 지원자도 원하는 시기에 지원할 수 있다. 직무 적합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실행이 문제다.

수시채용은 스크리닝이 사라진 게 아니라 상시화됐다. 연 2회 집중됐던 스크리닝이 12개월로 분산됐다. 여러 포지션의 공고가 연중 서로 다른 시점에 열리고, 포지션마다 별도의 스크리닝 일정이 운영된다.

채용 인력 확충이 동반되지 않은 기업에서는, 관리해야 할 채용 프로세스가 늘어나는 구조가 된다.

중견기업 채용팀 실무자의 하루를 상상해보라. 오전에는 새로 접수된 마케터 지원서 23장을 검토하고, 오후에는 개발자 포지션 1차 합격자들에게 코딩 테스트를 발송하고, 저녁에는 디자이너 포지션 최종 면접 일정을 조율한다. 세 개의 포지션이 동시에 다른 단계에 있다.

공채에서는 여러 직무의 전형이 공통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시채용에서는 포지션마다 타임라인이 다르다. 채용팀은 언제나 여러 개의 프로세스를 병렬로 관리해야 한다.

운영 구조의 변화

수시채용에서는 각 포지션마다 공고 작성 → 접수 → 스크리닝 → 면접 → 협상 → 입사까지 전 과정을 개별로 관리해야 한다. 공채처럼 동일 단계를 일괄 처리할 수 없다.

연 1~2회에 집중해서 처리하던 구조에서, 포지션 단위로 분산된 다수의 프로세스를 연중 관리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단순히 건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관리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수시채용의 명과 암: 왜 이상과 현실이 다른가

수시채용이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직무에 맞는 사람을, 직무가 생겼을 때 뽑는 것 — 이론적으로 공채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이상

역량 정합성이 높아진다. 특정 포지션에 맞는 스킬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바로 뽑기 때문에, 입사 후 성과까지의 시간(time-to-productivity)이 줄어들 수 있다.

지원자에게도 유리하다. 취업 준비생이 특정 '공채 시즌'에 모든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준비됐을 때, 원하는 포지션이 열렸을 때 지원할 수 있다.

조직 유연성이 높아진다. 사업 전략 변화에 맞춰 필요한 역량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다. AI 개발자가 갑자기 필요해졌을 때, 다음 공채 시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현실

그런데 이 이상이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세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첫째, 상시 스크리닝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언제든 지원서가 들어오면 처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일관된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공채처럼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포지션별로 명확한 역량 기준이 있어야 한다.

셋째, 충분한 채용 리소스가 있어야 한다. 상시 운영을 감당할 인력 또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프라 없이 방식만 바꾸면 채용팀의 운영 부담이 늘어난다.


그리고 AI 자소서가 새로운 변수를 추가했다

수시채용 전환으로 채용팀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AI 자소서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국내 한 AI 서류평가 서비스 업체가 자사 탐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분석 대상 자소서에서 생성형 AI 작성 정황이 탐지된 비율은 2024년 48.5%에서 2025년 64.4%로 높아졌다. 2025년에는 모든 문항에서 AI 작성 정황이 탐지된 비율도 20.6%였다. 다만 이는 탐지 모델의 판정 결과이며 실제 AI 사용이 확인된 비율과 동일하지 않다. 잡코리아가 집계한 11개 주요 직무의 평균 지원 경쟁률은 1년 새 11:1에서 17:1로 올랐다(2025).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315개사를 대상으로 한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4.1%는 AI로 작성된 자소서가 "독창성과 창의성이 없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고, 65.4%는 활용 사실이 확인되면 감점이나 불합격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답했다.

일부 직무에서 지원 경쟁률이 상승한 가운데, AI 작성 자소서가 늘면서 서류만으로 지원자의 경험과 역량을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AI 자소서가 만든 새로운 딜레마

공채 시절의 서류 스크리닝은 불완전하지만 어느 정도 작동했다. 지원자가 직접 쓴 자소서에는 그 사람의 표현 방식, 논리 구조, 경험의 구체성이 담겼다. 채용 담당자는 이것을 보며 '역량의 간접 증거'를 읽어냈다.

AI의 개입 정도를 알기 어려워지면서 자소서를 지원자 역량의 간접 증거로 해석하는 데 한계가 커진다. AI가 생성한 자소서는 문장과 구조가 매끄럽게 정리될 수 있고, 직무 키워드도 포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역량'이 지원자의 것인지 AI의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채용 담당자가 마주하는 상황이다.

AI 작성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려면 추가적인 절차와 비용이 필요하다. 반대로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문장이 잘 정리된 자소서와 지원자 본인의 역량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자기소개서 비중을 낮추거나 다른 평가 전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315개사를 조사한 결과(2023년 11~12월 실시, 2024년 발표), 응답 기업의 73.0%는 자소서의 ChatGPT 활용 여부를 별도로 판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 당시 응답 기업의 18.7%는 외부 판별 시스템을, 8.3%는 자체 판별 시스템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은 향후 자기소개서 선별 역량이 강화되거나(51.1%), 자기소개서 대신 다른 전형의 비중이 높아질 것(41.0%)으로 예상했다.


지원자 입장에서 본 수시채용: 정보 비대칭의 심화

수시채용의 또 다른 문제는 지원자와 기업 간 정보 비대칭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채 시절에는 채용 일정이 공개됐다. 언제 지원하고, 언제 결과가 나오는지 모두가 알았다. 지원자들도 이에 맞춰 준비했다.

수시채용은 다르다. 공고가 열리는 시기가 불규칙하고, 채용 진행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지원자는 공고가 언제 올라올지 모르니 항상 준비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기업도 포지션이 채워지면 공고를 내리는데, 얼마나 많은 후보가 있는지, 현재 어느 단계인지 알기 어렵다.

이 불투명성은 채용 담당자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개별 문의가 늘어날 수 있고, 공채 시절에는 "결과는 X월 X일에 공지됩니다"로 한 줄에 해결됐던 것이, 수시채용에서는 포지션마다 개별 응대가 필요해진다.


수시채용 전환: 채용팀이 마주하는 실제 운영 비용

수시채용 전환이 '그냥 더 힘들어지는 것'이라면, 기업들이 이토록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없다. 문제는 구조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채용 담당자가 서류 검토에 쓰는 시간, 포지션마다 다른 일정을 관리하는 시간, 지원자 개별 응대 시간 — 이것들이 모두 분산된 비용으로 발생한다. 포지션 수와 각 전형의 일정이 늘어날수록 관리·조율 비용도 누적된다.

이 시간의 기회비용은 무엇인가. 채용 전략 설계, 역량 기준 정교화, 후보자 경험 개선 — 이것들을 할 시간이 없다. 결국 수시채용에서 서류 기반 스크리닝만 반복하면, 조기퇴사율 개선 없이 채용 관련 업무 부담만 늘어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채용팀이 서류 검토에 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략적 채용 활동에 쓸 여력은 줄어든다.


수시채용 운영의 어려움 — AI 스크리닝을 선택하는 기업들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기업들이 1차 스크리닝 운영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AI 기반 스크리닝 도입이다.

CJ그룹은 2026년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하면서 주요 계열사의 전형에 AI 역량검사를 포함했다. 이처럼 정기 공채와 AI 스크리닝을 병행하는 방식도 있고, 수시채용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AI 기반 평가를 도입하는 방식도 있다.

이러한 방식들의 공통된 목표는 서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역량 정보를 1차 단계에서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다.

수시채용에서 상시 스크리닝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AI 면접만 있는 것이 아니다. ATS(지원자 추적 시스템), 사전 스크리닝 질문, 과제 전형, 현업 분산 검토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다만 채용 인력이 소수인 기업일수록, 자동화 가능한 방식에 대한 필요가 높아진다.


수시채용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수시채용이 이상적인 모델인 건 맞다. 문제는 실행 구조다.

공채 시대의 1차 스크리닝은 사람이 집중 투자해서 처리할 수 있었다. 수시채용의 상시 스크리닝은 인원이 한정된 경우 처리하기 어렵다. 상시 스크리닝은 자동화 또는 구조화가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그런데 자동화가 단순히 서류를 빠르게 걸러내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AI 자소서가 AI 서류 스크리너를 통과하는 구조에서는, 자동화가 오히려 문제를 증폭시킨다.

대안 중 하나는 서류 선별에만 머물지 않고, 직무 관련 답변과 행동 사례를 구조화해 추가로 확인하는 것이다.

상시 스크리닝의 세 가지 요건

수시채용이 작동하는 1차 스크리닝 구조는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① 상시 가동 가능해야 한다: 지원서가 들어오면 채용 담당자가 별도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스크리닝이 시작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② 포지션별 역량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 마케터와 개발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포지션마다 다른 역량 기준을 적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③ 서류가 아닌 역량을 검증해야 한다: AI가 쓴 자소서를 AI 서류 스크리너로 거르는 건 군비 경쟁이다. 텍스트 기반 심사를 벗어나 서류 외에 직무 관련 답변과 행동 사례를 추가로 확인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수백 명의 지원자에게 동시에, 일관된 기준으로 직무 관련 질문을 던지고 — 그 결과를 채용 담당자에게 리포트로 전달하는 구조. AI 면접이 상시 스크리닝의 실행 가능한 방법 중 하나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채용 담당자는 구조화된 평가 결과를 참고해 후보자를 검토할 수 있다. 이는 한정된 인력으로 여러 포지션을 관리하고 서류 이외의 정보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AI 평가 결과는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직무 관련성과 평가 공정성을 점검하며 최종 판단은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의 현실: 전담 인력이 적을수록 커지는 부담

수시채용 전환의 압박은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대기업은 채용 인력 확충이나 ATS 구축에 투자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기업 규모가 작고 채용 전담 인력이 적을수록, 여러 포지션의 전형을 동시에 관리하는 부담이 특정 담당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방식을 바꿔도 채용 인원은 그대로인 경우, 대기업이 갖춘 운영 인프라 없이 방식만 바꾼 셈이 될 수 있다. 다만 채용팀 규모와 ATS 도입 수준은 기업별 차이가 크다.

채용 전담 인력이 적을수록, 자동화 가능한 방식에 대한 필요가 높아진다.


공채가 줄어든 자리에 남는 것

공채를 폐지하거나 축소한 기업에서, 채용팀의 부담은 없어진 게 아니라 형태가 바뀌었다. 연 1~2회 집중되던 부담이 연중 여러 시점으로 분산됐다.

그 분산된 부담을 감당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채용팀을 늘리는 것. 규모 있는 기업에서 선택 가능한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1차 스크리닝에 자동화를 도입하는 것. 지원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에서도 선택 가능하다.

수시채용 시대는 채용팀에게 새로운 선택을 요구한다. 사람이 모든 스크리닝을 직접 감당하거나, 반복 스크리닝을 구조화·자동화하고 전략적 판단에 집중하거나. 수시채용이 만든 상시 스크리닝 부담은 구조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줄어들지 않는다.

AI 면접을 포함한 1차 스크리닝 자동화가 확산될수록, 이를 활용하는 채용팀과 그렇지 않은 채용팀의 운영 효율 차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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